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148)
(69)
'왜'와 '어째서'의 차이 (20)
Dog eared book (27)
산 이야기와 죽은 이야기 (31)
풍등의 유래를 아십니까?
아름다운 풍등세상
얌체공의 느낌
yamchegong's me2DAY
70,721 Visitors up to today!
Today 0 hit, Yesterday 8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휴가'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10/24 14:14

수업이 없었던 이번 한 주, 행복한 휴가를 보냈다. 마침 날씨도 우중충하고 때때로 비도 와서 집이나 커피숍에 박혀 있기도 좋았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어서 밤 늦게까지 캔 맥주를 쌓아놓고 드라마 하나를 쭉 달리기도 했다. 과음하지 않은 다음 날이면 아침 밥상머리에 앉아서 잡은 책을 점심먹기 전까지 다 읽을 수도 있었고. 한주 수업이 없어서 다음 주 수업 준비를 두배로 해야한다는 사실같은 것은 새하얗게 잊고 이런 저런 이야기에 푹 빠져서 한 주를 보냈다. 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전에 달을 판매하는 부동산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봉이 김선달보다 좀 더 통이 큰 사람이다. 이걸 사기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달을 왜 사나요?" 노란빛이 도는 콘트라스트가 쨍~한 영상이 조금 힘들었다.

문철이는 꼭 책을 사면 책 겉에 덧 씌워져 있는 껍데기를 빼놓고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표지를 씌워 놓는다. 더러 그 표지를 잃어버리곤 해서 내가 엄청나게 화를 내곤 한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표지를 잃어버렸을 때는 정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도서관 책들은 대부분 이 겉표지들을 벗겨 놓는다. 많은 책들이 진짜 책 표지 디자인을 단색에 책 제목만 새기는 정도로 간단하게 하는 것 같은데 이번 주에 읽은 두권의 책은 책 표지가 정말 예뻤다. 저 골지의 느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후지TV 등이 모여있다는 오다이바. 일본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가끔 오다이바같은데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인공적인 장소의 매력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최신(?)의 공원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장소에 가면 그 쌔끈한 바닥과 가로등이 사람이 입주하지 않은 신도시에 온 것 같은 정없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저 컨테이너 선적장에서 도쿄만과 오다이바를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 표지가 양쪽을 함께 담은 파노라마 사진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칠흙같이 어두운 낮에 산 그림자가 겹겹이 쌓여있는 이미지의 책 띠는 예쁜데, 그 위에 크게 빵빵 새겨진 이 책에 대한 찬사가 좀 부담스럽다. 조금 겸손했어도 좋았을텐데. 저 띠를 벗기면 이 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그 겉표지를 벗기면 문학동네 스타일의 거친 하드보드 표지가 있다. 문학동네의 책들은 책 겉표지를 벗기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읽을 때 안정감이 있다.

지난 일요일에 친구가 데이트를 하러 떠나간 커피숍에 앉아 코맥 매카시의 '그곳엔 천국이 있을까'를 읽었다. 최근에 '모두 예쁜 말들(원제: All the pretty horses)'라는 제목으로 다시 발간되었다. 고려원에서 96년에 나온 '그곳엔 천국이 있을까'는 중간중간 어린이 동화책 삽화같은 그림이 뜨악스럽게 등장한다.


이 책은 '모두 다 예쁜 말들(words)'가 아닐까 싶게 두 소년이 말을 타고 미국에서 멕시코로 넘어가는 장면, 야생마를 잡으러 산을 말타고 다니는 장면 묘사가 아름답다. 별이 가득한 한 밤 중, 동이 트는 새벽, 해지는 황혼... 모든 시간에 아이들은 말을 타고 달린다.

태양으로부터 핏빛 먼지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발뒤꿈치로 말의 옆구리를 찾고, 계속 달려갔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구릿빛으로 달구는 태양과 저녁 들판 너머로 서쪽에서 불어오는 붉은 바람을 마주한 채 말을 달렸다. 사막의 작은 새들이 재잘거리며 고사리 나무들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말과 말에 탄 사람, 그리고 또 한 마리의 말이 지나갔고, 그들의 긴 그림자들이 마치 하나의 몸뚱어리인 것처럼 일렬로 그림자를 지어 지나갔다. 그들은 지나갔고, 어두워져가는 대지, 즉 미래의 세계 속으로 가물가물해져 갔다. (p.254, 2권)

야마시타 토모히사랑 나가사와 마사미가 콤비로 나온 드라마 두개를 연달아 봤다. 무려 22시간! (편당 40분 내외이기는 했지만) <프로포즈 대작전>과 <드래곤 사쿠라>. 예쁜 애들이 나온 드라마라 22시간이 질리지 않았다. <구구는 고양이다>를 보고 <프로포즈 대작전>을 봤는데,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느라고 며칠 머리와 가슴이 답답했다. 사람이 시간을 들여서(거래해서) 얻게 된 것이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에 대해서 수긍하는 것,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그것을 수긍하는 과정에 있는 주인공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젊은 야마삐는 그래도 분해하고 있었고, 천재 만화가 아사코 선생님은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공부의 신>이 <드래곤 사쿠라>를 리메이크해서 준비하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드래곤 사쿠라> 관련한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 '아~ 공부하고 싶다'라는 말이 되게 많이 있다. 확실히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입시와는 다시 연이 없을 사람들에게 "아~ 공부하고 싶다"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는 한다. 도쿄대 입시를 진두지휘하는 아베 히로시의 태도는 굉장히 한국 사교육 입시에 녹아있는 욕망을 아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생각은 도쿄대에 들어간 다음에 해라. 그리고 니 인생이, 니 인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라. 인생에 대한 계획은 그 다음에 해라.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싶다면 등산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도쿄대에 가는 방법도 있다는 게 이 드라마의 커다란 줄기랄까. 요즘 세상을 사는 방법과 옵션이 별로 없다는 뻔한 말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내가 답답하고 황당하긴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그렇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건하씨 말처럼 이 드라마가 리메이크 될 때 한국의 10대들이 <공부의 신>을 어떻게 보게 될까? 그 입시의 폭력이 드라마로 재현되는 것을 바라보는 10대들에게서 현실세계의 입시의 폭력의 깊이와 강도, 그 상처를 보게 될건가?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