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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12/10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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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아마도 당시에 쓰던 싸이언 핸드폰으로 찍은 내 생일 아침 상 사진일 것이다. 그 때 나는 싸이에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일기를 적었다.

2005년 8월 25일.
일어나니 아무도 없었다.
물을 마시러 부엌에 갔더니,
잘 구워진 생선 한마리가 비닐에 덮여 있고,
씨를 발라 한입거리로 잘라놓은 천도복숭아,
고기를 잘게잘게 찢어 고소한 냄새의 미역국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일년 동안,
또 열심히 궁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생선이 나에게 말했다.
발라먹어 발라먹어
살을 결결이 고소하게 발라먹어

한 생선은 태어나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남의 밥상에서 처참하게 살이 발라진다
예의를 갖춰 젓가락으로 곱게 발라먹었다

태어나면서 부터 죽을 때까지
내가 무슨 임무를 띄고 살고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술김에 한 생각이라,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찬찬히 되짚어 보면, 대략 이런 임무이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어떤 덕택으로 살고 있는 존재인지를 알게 되는 것
임무가 웅장하니까, 수명도 길어야 할 것이다.

오늘 싸움을 했다. 아침밥에 관한 것이었다.

결혼과 아침밥.

이것이 주제였다.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처럼 아침에 '밥먹어'라는 소리로 일어나는 녀석과 아무도 없는 집에서 깨어나 부엌으로 가보니 저런 생일상처럼 아침이 차려져 있거나, 밥솥에 밥만 퍼서 국을 데워 같이 먹으면 되도록 아침 밥이 레디 메이드되어 있는 녀석과 10여년을 혼자 살며 아침밥의 탄수화물 에너지 뿐만 아니라 그 갓지은 밥의 에너지와 참기름 냄새까지도 그리운 녀석이 있을 거다. 아침밥이란 그런거다. 퍼석퍼석한 기분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로, 윤기로, 색감으로 에너지를 주는 것들, 그것이 아침밥이다. 어쩌면 나의 퍼석퍼석함의 골이 깊을 수록 그 '차려진' 아침밥의 사랑스러움이란, 말로 못한다. 나에게 2005년의 생일상이 그랬다. 늘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놓고 나가시는 엄마에게 제대로 고맙다는 표현을 못했다.

"일어났어? 아침 먹어~" 자기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는 현빈을 위해 송혜교가 차려놓는 아침밥. 시트에서 뭉개적거리며 아침밥 냄새가 정신과 세포를 깨워주기를 기다리는 그런 로망. 그것은 이제 역할 분담 이상의 이야기이다. 시리얼로 바쁜 아침을 효율적으로 보내며 애정을 담아 우유를 붓는 그런 것 이상의 이야기이다. 에너지를 담아 함께 사는 사람을 깨우는, 그리고 그 하루를 맞이하는 환대의 의례이다. 그래서 이것을 거래나 협상이나 조건의 이야기로 이야기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애들과 다툰 것이 아니었다. 이제 곧 서른이 되도록 아침 밥을 받아먹기만 하는, 차려진 밥상에 앉아 하품을 하고 있는 나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었다. 결혼을 고민하며 현실적인 협상의 안건으로 '아침밥'을 이야기할 때는 로망의 차원을 넘어서서 이야기해야 한다. 누가 그 아침을, 서로의 아침을 맞아줄 것이냐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는 D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아침 밥상의 따뜻한 밥과 국이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나는 밥은 하겠는데 국은 도저히 못 끓이겠다. 여기에서 이야기는 상당히 달라진다. 이건 우리의 아침이 된다. 모두 내가 준비하더라도, 모두 그가 준비하더라도. (아침밥 못 '얻어먹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딱해보인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좀.-_- ) 오늘 밤에 많이 나왔던 '협상'이나 'Deal'이라는 것은 이 조건에서 시작할 때 모든 것이 매우 달라진다.

나도, 너도 아침을 깨워주는 '에너지' 그 자체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밥상이든 혹은 간지럼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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