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전에 맡긴 필름을 찾으러 간 김에, 9개월 동안 카메라에 들어 있던 필름도 꺼내 스캔을 했고, 내친 김에 카메라 먼지 청소도 했다. 카메라로 본 광경이 이렇게 깨끗할 줄이야!
이 필름의 첫 컷, 2008년 8월 레에서 밤하늘을 찍은 것인데, 필름에 왜 이리 얼룩이 있는 것이냐?
델리에서 있었던 베이징 올림픽 반대 Free Tibet 시위에서 바닥에 PEACE, FREE TIBET이라는 모양으로 초를 놓고 있는 장면을 찍은 것 같은데, 여러가지로 얼룩이 많은데... 음.
지난 2월, 아마도 우도에서 "지구의 배를 눈으로 쓰다듬는 기분이야"라면서 찍은 사진 같은데, 끙. 흑백필름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새까맣게 잊고 바다를 왕창 찍었네. 그런데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한강의 <검은 사슴>이란 소설이 생각난다. 그 앞 부분에 흑백으로 바다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그 모호함이 좋다고. 그 사람의 집 벽에는 그런 바다/하늘 사진이 흑백으로 가득했다고.
묵은 필름을 찾아오고, 카메라 청소를 마쳤더니 빚을 갚은 듯 후련하다.
ㄴ피아노를 치는 어린 배우의 눈매가 '아무도 모른다' 때의 야기라 유야와 많이 닮았다.
ㄴ어느 블로그에서 아빠가 아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문화의 차이를 느꼈다'는 말을 읽었는데... 음... 정말요?
ㄴ오랫동안 빌붙어 사는 자식새끼 처지만 생각했지 벌어먹이는 부모 처지 생각은 (너무) 외면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ㄴ'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할 수 있는 걸 말해주세요.' 새삼스럽게 이따위 말을 할 때는 짐싸라는 신호인 것이다.
ㄴ평화를 위해서 미군에 입대한다는 것은 실제로 일본에서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일까?
ㄴ 후반의 1/4은 드러내거나 달리 만들었어도 좋았을텐데... 많이 아쉽다. 굳이 새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몸부림 치지 않아도 "그럼 뭘하면 돼요?" "어떻게 하면 돼요?"같은 질문이 몇번이고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ㄴ 피아노치는 장면은 소문처럼 참 곱더라. 그러나 나는 '시험관들, 언제 채점하나'만 골똘히 쳐다보고 있었다.
ㄴ 다음에서 검색하니 아래 세가지 버전의 포스터가 뜬다. 특히 가타카나로 도쿄소나타라고 적혀 있는 것이 좋다. 영화에서도 고가를 사이에 두고 빌딩 혹은 맨션과 주택이 경계지어 있는 장면이 좋았다. 삶의 권위의 구획이 도시 위에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몇번이고 동물들의 움직임처럼, V자로 날아가는 철새 무리와 맞딱뜨린 참새가 당황하듯이, 바다로 물고기 잡이 떠나는 펭귄들을 바라보며 몸을 다시 둥글게 마는 바다생물처럼, 그런 인간의 무리들이 재현되는 몇몇 장면이 머리에 남았다.
ㄴ 영화를 보고 뭔가를 메모했는데 무려 글자 세 줄이 겹쳐 적혀서 아무리 애써도 해독할 수가 없다.



